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감정관리 (공감연대, 자폐적사춘기, 개별솔루션)

사춘기를 모르고 보면 그 아이는 미친 것이거나 악령이 든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첫째가 변하기 시작했을 때, 저의 친언니가 한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돕니다. "네가 오냐오냐 키워서 망쳐놨다"고. 결혼도 아이도 없는 언니에게 사춘기라고 아무리 설명해도 듣지 않았고, 저는 그 말에 상처를 받고 결국 입을 닫았습니다. 사춘기 자녀를 둔 엄마의 속이 어떻게 터지는지, 그 경험을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사춘기 엄마


공감연대 — "나만 이런 건 아니잖아요?"

솔직히, 주변에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첫째 사춘기가 본격화됐을 무렵, 저는 말을 꺼냈다가 되레 상처만 받고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아이를 잘못 키운 것도 아니고, 오냐오냐 방치한 것도 아닌데 마치 제 탓인 것처럼 몰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딱 한 분을 만났습니다. 첫째가 유치원 때 친구가 된 아이의 엄마였는데, 그 집은 이미 아들 둘을 먼저 사춘기를 통과시킨 경험이 있었습니다. 우리 집 아이와 증상은 달랐지만, 그 엄마는 "그건 사춘기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줬고 그 한마디가 저를 버티게 했습니다.

공감연대(共感連帶)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감정과 상황을 인정하며 심리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뜻합니다. 육아 전문가들의 말이 아니라, 같은 처지의 엄마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이 연대가 실제로 엄마들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건 제가 몸으로 겪어서 압니다. 갓난아기 때 밤새 열이 내리지 않아 맘카페를 뒤지던 그 심정, 기억하십니까? 의학 교과서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을 먼저 겪은 엄마들의 댓글이 저를 살렸습니다. 사춘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집단 모성(集團 母性)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개별 엄마들의 경험이 모여 하나의 살아있는 지혜 체계를 이루는 현상입니다. 아기 배에 복대를 둘러주면 배앓이가 줄더라는 것, 기침이 심할 때 가슴에 크림을 발라주면 잠을 더 잘 잔다는 것, 이런 정보들은 어떤 육아서에도 없었지만 저의 아이에게는 실제로 통했습니다. 사춘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통과한 엄마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싸울 힘이 생깁니다.


자폐적사춘기 — 지금 아이들은 왜 안으로만 숨을까요?

제가 처음 첫째의 변화를 봤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아이가 밖으로 터뜨리는 게 아니라 점점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말이 없어지고, 방문이 닫히고, 화면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예전 사춘기의 이미지, 면도칼 씹고 담배 피우고 오토바이 타던 언니들의 그 시절과는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바깥으로 발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 아이들의 사춘기는 내부로 수렴합니다.

이를 전문가들은 자폐적 사춘기 경향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자폐적(自閉的)이란 의학적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으로 폐쇄적으로 침잠하는 심리적 경향을 가리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비율은 2023년 기준 40%를 넘어섰으며, 또래 관계보다 가상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아, 우리 집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싶어 묘하게 안도했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이 바로 심리적 퇴행(心理的 退行)과 자아 정체성 혼란(Identity Crisis)입니다. 심리적 퇴행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이전 발달 단계의 행동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뜻하고, 자아 정체성 혼란이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해 내면이 불안정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방 안으로 숨고, 화면 속으로 들어가고, 대화를 끊는 것은 악의가 아니라 감당하기 버거운 내면의 혼란을 회피하는 방어기제(防禦機制)일 수 있습니다. 방어기제란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심리적 보호 장치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아이들의 자폐적 사춘기가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이것이 단순히 스마트폰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감당해야 하는 그 무게가 너무 일찍, 너무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내 새끼를 구해야 할 것 같다는 그 느낌, 저도 정확히 그 느낌을 경험했습니다.


개별솔루션 — 천 개의 아이에게 천 한 개의 답이 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유튜브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전문가 강연도 찾아보고, 책도 여러 권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언은 부모에게 향해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세요",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반응하세요." 따라 해봤습니다. 잘 되질 않았습니다. 제가 무슨 보살도 아닌데, 그걸 매번 침착하게 수행하는 게 실제로 가능하지 않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사춘기 대처에는 정해진 공통 솔루션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그건 극히 일부에게만, 그것도 조건이 맞을 때만 통했습니다. 천 명의 아이가 있으면 천 개의 답안지가 있고, 제 아이의 답안은 그 중에도 없는 천 한 번째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포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 아이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습니다.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등재된 청소년 발달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청소년의 심리·행동 발달은 기질, 양육 방식, 또래 관계, 학업 환경, 사회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단일 개입 방식이 보편적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보고됩니다. 즉, 아이 개개인의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솔루션도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엄마로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제 경험에서 정리한 것들입니다.

  1. 솔루션을 찾기 전에 먼저 엄마 자신이 쓰러지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버티는 힘이 없으면 어떤 방법도 실행할 수 없습니다.
  2. 같은 처지의 엄마를 한 명이라도 곁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문가의 조언보다 먼저 통과한 엄마의 경험이 실제로 더 가깝게 닿을 때가 많습니다.
  3. 아이를 예전의 그 아이로 보려는 시도를 잠깐 내려놓습니다. 사춘기의 아이는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인격과의 첫 만남으로 보는 것이 저에게는 조금 더 편했습니다.
  4. 비난, 판단, 충고보다는 같이 속 터지는 쪽을 선택합니다. 혼자 터지면 병이 되지만, 함께 터지면 조금씩 나아집니다.

사춘기 아이를 향해 "네가 잘못 키워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언제나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말을 들었고, 실제로 그 자리에서 울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키운 방식의 실패가 아니라, 아이의 발달 과정 안에 원래 있었던 변화입니다.

뱃속에서 열 달을 품고, 영아기와 유아기와 초등기를 함께 지나왔는데도, 사춘기의 아이 앞에서는 제가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막막해졌습니다. 그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엄마가 이 시간을 혼자 감당하려고 버티는 것보다, 먼저 속을 함께 터뜨릴 사람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저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혼자가 아니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 글은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니며, 한 엄마의 경험과 생각을 나눈 것입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wjjRqhYrJ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