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소풍 사라진 이유 (체험학습, 교사책임, 학부모민원)

두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로서 최근 학교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예전처럼 소풍이나 현장 체험 학습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됩니다.

처음에는 우리 지역만의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서울은 물론 지방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봄가을마다 소풍을 가고, 5월이면 운동회와 체육대회를 기다리던 세대입니다. 그래서 아이들도 학교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그런 추억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소풍이나 현장 체험 학습을 한 번도 가지 못한 채 한 학년을 보내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에서는 초등학교 절반가량만 1일형 현장 체험 학습을 운영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이 문제가 특정 학교나 특정 지역만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초등학교 소풍과 체험학습이 사라지는 이유

초등학교 소풍과 현장 체험 학습이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로는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책임 구조가 꼽힙니다.

가장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서울특별시교육청 통계입니다. 서울 사례이기는 하지만, 최근 전국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가운데 1일형 현장 체험 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2023년 598곳에서 2025년 309곳으로 급감했습니다.

불과 2년 만에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학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입니다. 숙박형 수학여행과 수련회 역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초등학교에서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공식 통계가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지만, 지방에서도 소풍과 학교 밖 체험 활동이 줄었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속초 사고가 학교 현장에 남긴 영향

현장 체험 학습 감소 흐름의 결정적인 계기로 언급되는 사건은 2022년 11월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춘천 소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현장 체험 학습 중 버스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인솔 교사 두 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업무상 과실치사란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람이 사망에 이른 경우 형사책임을 묻는 죄목입니다.

재판에서는 인솔 교사의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됐고, 해당 판결은 학교 현장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현장 체험 학습을 준비하는 교사는 학생의 이동 경로와 인원뿐 아니라 버스 기사의 음주 여부, 차량의 안전 상태, 타이어 상태 등 여러 항목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해진 지침을 따랐더라도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하면 인솔 교사가 형사책임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것입니다.

민형사상 책임이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책임과 피해자 측에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민사책임을 모두 의미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아이들을 위해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싶은 교사라도 현장 체험 학습을 쉽게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안전법이 개정됐지만 교사 불안이 남아 있는 이유

교사의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4년 학교안전법이 개정됐습니다.

학교안전법은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학생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상과 책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입니다.

개정된 법에는 교직원이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의무를 다한 경우 민사상·형사상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 조치 의무를 충분히 다했다’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가 안전 의무를 다했는지를 법원이 사후적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사고가 나기 전에는 자신이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알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결국 교사 입장에서는 가장 안전한 선택으로 체험학습을 축소하거나 아예 운영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체험학습 감소의 핵심 원인

  • 2022년 속초 현장 체험 학습 사고 이후 인솔 교사가 형사재판을 받았습니다.
  •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교사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 2024년 학교안전법이 개정됐지만 면책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 서울의 1일형 현장 체험 학습 운영 학교가 2023년 598곳에서 2025년 309곳으로 감소했습니다.
  •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지방에서도 체험학습과 학교 밖 활동을 축소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인솔 책임과 불명확한 면책 기준이 초등학교 체험학습 감소의 핵심 원인입니다.


학부모 민원이 만든 또 다른 악순환

법적인 책임 외에도 교사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학부모 민원입니다.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에서도 학부모들을 통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체험학습뿐 아니라 학교 밖 활동 자체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는 학교도 있었고,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동행하겠다고 나섰지만 학교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같은 상황은 아닙니다. 하지만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교사들이 체험학습과 관련된 비슷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현장 교사들이 겪는 민원 사례를 보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난감한 상황이 많습니다.

  • 물통을 가져오지 않은 아이에게 물을 사주면 특정 아이만 챙겼다는 민원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물을 사주지 않으면 목마른 아이를 방치했다는 민원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 도시락을 준비하게 하면 맞벌이 가정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습니다.
  • 식당을 이용하면 비용이 비싸거나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항의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체험학습이 끝난 뒤 몇 달이 지나 당시 상황을 문제 삼는 민원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안전사고까지 발생하면 교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더욱 커집니다.

결국 학교와 교사 입장에서는 체험학습을 잘 운영하는 것보다 체험학습을 아예 하지 않는 선택이 더 안전해지는 것입니다.


같은 지방에서도 학교마다 상황은 다릅니다

반면 제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는 아직 체험학습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정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대신 학교가 식사를 마련하거나 현지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학부모 부담도 크지 않았습니다. 체험학습과 관련된 심각한 민원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같은 지역 안에서도 학교 분위기와 운영 시스템에 따라 체험학습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교사 한 명의 반대나 민원 우려로 계획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소풍 감소 문제를 단순히 서울과 지방의 차이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학교의 운영 방식과 관리자 지원,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신뢰, 지역 교육청의 지원 체계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체험학습을 살리려면 책임을 나누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저는 해결책이 교사에게 더 많은 확인 의무와 책임을 부과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체험학습의 안전과 운영 책임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육청이나 지자체가 다음과 같은 항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 안전 검증을 마친 체험학습 프로그램 제공
  • 검증된 전세버스와 운송업체 일괄 계약
  • 학생 이동과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 인솔 인력 배치
  •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요원과 의료 인력 지원
  • 사고 발생 시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 당국이 책임을 분담하는 체계 마련

전문 인솔 인력이란 교사를 대신해 이동 과정과 현장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외부 전문 인력을 의미합니다.

전문 인력이 차량과 이동 안전을 담당하고, 교사는 학생의 교육 활동과 생활 지도에 집중하도록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버스 기사의 음주 여부나 차량 타이어 상태까지 담임교사가 직접 확인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과도한 민원의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요즘은 자녀가 한 명이나 두 명인 가정이 많아지면서 내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부모가 많습니다. 아이를 걱정하고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 관심이 교사를 향한 과도한 요구와 반복적인 민원으로 이어지는 순간, 피해는 결국 아이들에게 돌아옵니다.

교사가 새로운 활동을 계획하기보다 민원을 피하는 데 집중하게 되고, 학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활동을 줄이게 됩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친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거나, 교실 밖에서 직접 보고 경험하는 기회를 잃게 됩니다.

소풍 한 번 가지 못하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이 생기는 것은 단순히 추억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협력, 배려, 자립심,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까지 함께 줄어드는 문제입니다.


초등학교 소풍과 체험학습에 관한 자주 묻는 질문

Q.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소풍을 정말 가지 않나요?

모든 학교가 소풍과 체험학습을 중단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울에서는 2025년 기준 605개 초등학교 가운데 309곳만 1일형 현장 체험 학습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방 역시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체험학습을 축소하거나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Q. 학교안전법이 개정됐는데 교사의 책임은 줄어들었나요?

학교안전법 개정으로 안전 조치 의무를 다한 교직원의 민형사상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안전 의무를 어느 정도까지 이행해야 면책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사고 발생 후 법원이 판단하는 구조가 남아 있어 현장 교사들의 부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학부모가 체험학습에 동행하면 교사 부담이 줄어들지 않나요?

학부모 동행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에 따라 학부모 동행 과정에서 새로운 민원이나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해 동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부모 자원봉사에만 의존하기보다 교육청이 전문 인솔 인력과 안전요원을 지원해야 합니다.


Q. 체험학습 없이 졸업하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나요?

현장 체험 학습은 단순한 나들이가 아닙니다.

친구들과 함께 이동하고,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준비물을 챙기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사회성과 자립심을 기를 수 있습니다.

체험학습이 계속 줄어들면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 배우는 비인지적 역량과 공동체 경험도 함께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론: 서울만의 문제가 아닌 초등학교 체험학습 감소

초등학교 소풍과 현장 체험 학습이 사라지는 이유를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의 책임까지 담임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와 반복되는 학부모 민원, 불명확한 면책 기준이 맞물리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체험학습을 포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통계가 가장 구체적으로 알려졌지만, 이러한 변화는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사는 지방 소도시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도 소풍과 학교 밖 체험 활동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학교가 느끼는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배우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검증된 프로그램, 안전한 교통수단, 전문 인솔 인력을 지원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에 대한 책임도 함께 나누는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학부모 역시 내 아이만을 위한 요구가 다른 아이들의 교육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안심하고 교육 활동을 계획하고, 학부모는 학교를 신뢰하며, 아이들은 다시 소풍날을 기다릴 수 있는 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 : https://www.youtube.com/watch?v=JCu2jP6V0rY